사람은 사람이 응대해야 합니다

저는 사람은 사람이 응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고객과 직접 대화하는 자리를 AI에게 맡기고 싶지 않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상담센터에서 고객의 말을 듣고 상황을 이해하고 답을 전하는 주체는 사람입니다. AI를 어디에 둘 것인지도 이 생각에서 출발합니다.
제가 바라는 AI는 상담원의 나머지 업무를 모두 책임지는 내부 어시스턴트 직원입니다. 고객과 대화하는 동안 필요한 자료를 찾아 정리하고 상담이 끝나면 기록을 남기고 약속한 후속업무와 다음 담당자에게 넘길 내용을 챙기는 역할입니다. 상담원이 고객에게 집중할 수 있도록 대화 앞뒤의 일을 맡았으면 합니다.
상담 기록을 요약하는 기능 하나만으로는 제가 바라는 역할에 충분하지 않습니다. 사람이 내용을 복사해 AI에게 건네고 결과를 다시 옮기고 다음 일을 하나씩 지시해야 한다면 상담원에게는 AI를 관리하는 일이 남습니다. 저는 필요한 순간에 기능을 꺼내 쓰는 데서 더 나아가, 업무를 맡기고 그 결과를 받을 수 있는 구조를 생각합니다.
일을 맡은 AI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파악하고 끝까지 진행해야 합니다. 필요한 정보가 없거나 판단이 막히면 내부 담당자에게 물어야 합니다. 답을 받으면 이어서 처리하고 마친 일과 남은 일을 구분해 보고해야 합니다. 다른 담당자에게 넘겨야 할 때에도 지금까지 확인한 내용과 다음에 할 일을 함께 전달했으면 합니다.
이 과정에서 상담원이 AI의 일을 계속 들여다보고 재촉해야 한다면, 업무를 맡겼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어디까지 진행됐는지, 무엇 때문에 멈췄는지, 어떤 자료를 근거로 정리했는지 알 수 있어야 합니다. 상담원이 처음부터 다시 살펴보지 않아도 필요한 판단을 할 수 있도록 AI가 자기 일을 드러내는 방식이어야 합니다.
나머지 업무를 모두 책임진다는 말에는 이런 흐름까지 포함됩니다. 결과물 하나를 만들어 놓는 데서 끝내지 않고 그 결과를 필요로 하는 동료에게 전달하는 데까지 일을 이어가는 것입니다. 고객에게 설명하고 약속하는 일은 사람이 맡고 AI는 그 사람이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뒤의 업무를 챙겨야 합니다.
제가 만들고 싶은 에이전트 구조이자 AI를 대하는 철학입니다. 고객에게는 끝까지 사람이 응대하고 상담원 곁에서는 AI가 나머지 일을 책임지는 것. 저는 그 방향으로 AI와 사람이 함께 일하는 방식을 만들고 싶습니다.